국내최초 건전지회사 '로케트전기'의 끝나지 않은 대주주·경영진 소송

입력 2020-01-25 09:00  



건전지업계의 '국민기업'으로 불리던 로케트전기 안모 전 대표이사에게 강제집행 면탈 혐의로 벌금형이 확정됐다. 로케트전기는 2014년 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폐지 통보를 받고 2015년 상장 폐지됐는데 그 이후로 진행된 대주주와 경영진 간 소송만 민사·형사사건을 합해 30여건에 달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방법원 형사31단독 강태훈 부장판사는 강제집행 면탈 혐의로 약식기소된 로케트전기 안모 전 대표에게 300만원의 벌금형 약식명령을 선고했다. 채권자 중 한 명인 고 김종성 로케트전기 회장의 장남 김준원씨가 직접 고소장 작성에 참여했으며 벌금형은 지난 18일 확정됐다.

안 전 대표는 2014년 법원으로부터 기업 회생절차의 폐지결정을 통보받고 이후 폐지결정이 확정되자 채권자 이모씨 등이 강제집행으로 재산을 회수할 것을 예상하고 회사 예금 등을 다른 직원 계좌에 이체한 혐의를 받는다.

회생절차 폐지결정은 법원이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이 사실상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파산절차에 돌입하도록 하는 절차다. 안 전 대표는 법인 계좌에 들어있는 예금이나 법인 소유의 현금, 거래처에서 받을 법인 소유의 채권금 약 49억원을 직원 이모씨의 계좌에 입금하는 방법 등으로 빼돌렸다. 채권자 이모씨 등은 임금 등으로 4600만원 가량을 받지 못했거나 임금채권 3000여 만원에 관한 채권압류 명령을 받는 등의 피해를 봤다.

판사는 "피고인은 강제집행을 피할 목적으로 로케트전기의 예금 등 총 49억7800만원 가량을 은닉해 채권자들에게 해를 끼쳤다"고 판단했다.

1964년 호남전기로 출발한 로케트전기는 건전지 제품 생산에 주력하며 한때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기도 했다. 1998년 증권거래소에 상장 이후 1990년 중후반까지 국내 건전지 시장을 이끌면서 건전지업계의 국민기업으로 불렸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때 재무구조가 나빠지면서 매출이 고꾸라졌고 2015년부터 법인 청산 절차를 밟기 시작해 지금은 폐업 상태다.

고(故) 김 회장의 장남 김준원씨는 "주주와 채권자의 이익을 위해 책임을 다해야 할 대표이사가 사익을 추구하며 갖은 불법행위를 저질러 소송까지 가게 됐다"며 "대주주의 일원으로서 향후 손해배상 청구 소송등에서 그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로케트전기 대주주 일가가 2018년 안모 전 대표등을 상대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과 횡령 혐의로 낸 소송은 아직까지 수사가 진행 중인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준원씨가 제출한 고소장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2014년 회생절차 폐지결정을 통보받자 회사 재고와 거래처를 넘겨받을 목적으로 '알이배터리'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알이배터리는 로케트전기가 사용하던 특허기술을 이용해 로케트전기의 건전지상표를 사용하면서도 특허권과 상표권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다.

당시 김씨는 "알이배터리가 로케트전기로부터 생산설비 등을 임차하면서도 시세 5% 수준의 사용료만 주는 불공정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사주 일가와 직원들 역시 "2017년 해당 계약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로 인정돼 취소 판결을 받았는데도 안 전 대표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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